위의 문장들에는 '지진'이란 말이 2번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둘의 의미는 다릅니다. 처음 나오는 '지진'이란 단어는 단순히 '땅의 흔들림이 있었다.' 라고 말하는 것이고, 2번째 등장하는 '지진'은 진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 자체를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즉, '지진'이라는 원인에 의해 '지진'이라는 결과가 발생하는, 이른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름이 같은 동명이라는 복잡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때문에 위 문단에서 2번째 '지진'에 해당하는 진원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척도인 '규모'와, 1번째 '지진'에 해당하는 각 지역에서의 흔들림인 '진도' 사이에서 혼동이 생기는 것은 어느정도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가해자・피해자로 예를 들자면,「규모」는 가해자의 난폭함을 나타내는 양이고,「진도」는 피해자가 입은 부상의 정도를 나타내는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규모'와 '진도'가 혼동되기 쉬운것은 '지진'이라는 용어의 애매함 뿐만이 아닙니다. 가장 위 문단과 같이 '규모'와 '진도'는 둘 다 단위(예: km, kg, cm, L 등)를 가지지 않는 단순한 수치로 표시되며, 발표되는 수치가 지극히 비슷한 범위 내에 있습니다. 때문에 '규모'와 '진도' 사이의 헷갈림이 더욱 더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태풍일 경우에는 '규모'에 해당하는 것은 '중심기압', 예를 들면 950hPa이며, '진도'에 해당하는 것은 각 지역의 '풍속', 예를 들면 20m/s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태풍은 두 수치의 단위나 범위가 명확히 다르기 때문에 두 단위가 혼동될 우려는 거의 없습니다.
'규모'는 한 지진에 대해 명확한 값이 매겨집니다. 예를들면, '경주지진의 규모는 규모 5.8이었다.'와 같은 표현이 됩니다. 그에 반해 '진도'는 지진을 느끼는 장소에 따라서 값이 달라, 하나의 지진에 여러 '진도'가 존재하게 됩니다. 예를들어, '경주지진때의 경주의 진도는 VI, 서울의 진도는 II'와 같은 표현이 됩니다. 따라서 '진도 4.5'와 같은 표현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지진의 진원 지역에서 발생하는 현상 그 자체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가 '규모(마그니튜드, magnitude)'입니다. 규모가 큰 지진이라도 진원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지면의 흔들림은 덜하고, 반대로 규모가 작더라도 진원가 가까우면 큰 흔들림이 느껴집니다. 따라서 지진의 규모를 공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원에서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지점에서 흔들림 정도를 비교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마그니튜드(Magnitude)'는 이러한 취지에서,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1935년에 '리히터(Richter)'가 만들고 도입한 척도입니다. 진앙으로부터 100km 떨어진 지점에 당시 표준 지진계를 놓고, 흔들림을 나노미터(μm) 단위로 나타내어, 그 대수를 규모(M)로 나타내었습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규모보다 '리히터 스케일'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입니다. 다만, 진원으로부터 정확히 100km 떨어진 지점에 지진계가 설치되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지진계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당초 정의된 리히터 스케일에 준거한 형태로 여러가지 보정식이 고안되어 각국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진의 규모가 클수록 파형이 길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진계는 자기 자신의 고유 주기보다 더 많이 흔들릴 수 없으며, 따라서 규모가 큰 지진은 지진계로 파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규모는(ML, Mb, Ms) 거대 지진에 대해 '포화' 문제가 발생하는 '규모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이러한 규모 포화의 염려가 없는 '모멘트 규모(Mw)'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수정 메르칼리 진도계급'이라는 진도계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정 메르칼리 진도계급'은 총 12단계로 I~XII(I II III IV V VI VII VIII IX X XI XII)까지 있으며, 로마자로 표기해야합니다. 그에 반해 일본과 대만은 일본기상청이 개발한 'JMA 진도계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진도 계급은 0~7(0 1 2 3 4 5약 5강 6약 6강 7)까지 총 10단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